불만, 완전함을 향한 갈구

여러분의 '최초의 불만'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저도 여러분과 비슷합니다. 아이의 우는 얼굴과 울음 소리가 가장 먼저 제 눈과 귓가를 스쳐갔지요. 생의 에너지를 담은 아기 울음은 생명력이 넘치니까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은 조금 다른 불만 이야기입니다. 불만은 '마음에 흐뭇하게 차지 않음'(출처: 다음사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뜻을 좀 더 음미해보면 완전함에서의 부족함, 완전함을 향한 갈구가 느껴집니다.

지혜를 품다.

불만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불평'을 한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불만은 '완전함'에 대한 자각, 이상향에 대한 방향이 있을때 잉태됩니다. 따라서 불만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선언'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는' 역할도 합니다.

불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할 뚜렷한 방향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불만을 잘 관찰하지 않아 인식하지 못할 뿐, 불만은 불만을 잉태함과 동시에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도 내포합니다. 불만은 느낀다는 것은 온 몸으로 완전함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두발제한반대운동

제가 처음으로 느낀 사회적 불만은 '두발 제한'입니다. 중/고등학생을 머리길이로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바꾸지 않는 학교'를 향한 불만이었지요. 보호의 탈을 쓴 인권침해 - 헌법이 끝내 넘지 못한 학교의 담벼락에 제 분노를 던지곤 했습니다. ('두발제한' 이슈는 다른 매체를 통해 충분히 기고하여, 생략합니다) 

동료들과 함께 이 불만을 공론화 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신나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생산'하기 시작하였지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며 택틱컬 미디어적 접근도 하였고, 일간지와 함께 특집면을 기획하기도 하였지요. 신촌문화 축제에 참여하여 퍼포먼스와 그림으로 의견을 풀어놓았던 것도 이 무렵입니다.

생산적 기획

불만의 힘은 그것을 '생산적 기획'으로 연결하는데 있습니다.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만족에 이르기 위해 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생산으로 연결됩니다. 불만을 근원으로 한 생산은 엄청난 에너지가 있습니다. 자신의 욕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생산적 기획으로 연결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두발제한반대운동이 온라인 미디어에서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에서 매체와 퍼포먼스로 옮겨가게 된 원동력도 저는 여기에서 찾습니다. 만족을 위한 생산적 기획,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토론하고 싶은 마음이 이끄는 문화적 분열은 불만이 가져다 준 선물입니다.

불만 불감증

일상의 불만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끊임없이 '미래'로 유보할 때 우리는 불만을 느낄 수 없습니다. 현재가 항상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간으로 여겨질 때, 불만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대학교 학생운동이 사그러드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불만은 현재 살고 있는 삶을 사랑하고, 이를 가꿀때 느낄 수 있습니다. 

불만이 아니라 불평만 늘어놓을때도 그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돌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불평의 깊숙한 곳, 불만이 향하는 방향을 충분히 들여다 볼때 완전함을 향한 갈구가 생깁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불만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됩니다.

마이크로 무브먼트(Micro Movement)

일상의 불만을 발견하고, 이를 생산적 기획을 연결하는 '불만워크샵'을 희망청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거대 담론에서 시작하는 사회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불만에서 시작하는 마이크로 무브먼트를 상상해봅니다.

스티커행동단(가칭)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워크샵은 '내 일상의 작은 불만'을 발견하고, 이를 생산적 기획을 연결시키는 과정까지를 코칭합니다. 개인의 욕구가 다치지 않는 마을, 작업을 통해 만나는 동료 - 불만에서 시작하는 의미있는 움직임을 기대해봅니다.

※ "수,다 - 입을열다"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Posted by Vidov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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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planchasghdav.com/ BlogIcon ghd 2013.04.07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의 정실부인이자 조선의 국모인 왕비는 현왕의 뒤를 이을 후계자 생산이라는 막중한 책임 외에도 절대 권력의 중심부에서 나라의 국모로 여러 가지 권한을 행사하는 존재였다.